[스크랩] 원종민의 안전한 등반을 위한 칼럼
1985년 여름, 겨울의 토왕폭등반을 위한 정찰을 목적으로 토왕폭을 정상에서 로프하강을 하던 중 로프가 짧아
장대비속에 설악산장 후랜드 1호를 오버행 언더크랙에 박고 슬링과 옷가지를 연결하여 탈출한 적이 있다.
정상에는 당연히 로프하강루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로프 2동만 챙기려다가
만약을 대비하여 챙긴 후랜드 세트와 슬링뭉치가 살려준 것이다. 그때 “1%의 불운에 대비하자”라는 교훈을 깨닭았고,
지금은 등산강의중에 “등산은 99%의 행운이 아니라 1%의 불운에 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애디슨의 명언을 조금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클라이밍하기 좋은 신체조건을 지니지도 못했고,
겁도 많았던 나는 항상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고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등반을 해 왔다.
그 등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해 보고, 그 문제에 대비한 준비를 한다.
기술적인 능력을 높이고, 사용하는 장비에 대하여도 사용설명서부터 꼼꼼하게 읽어 보며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는 습관을 들여왔다.
요즈음 들어 중견 산악인들은 최근의 등반실태에 대하여 큰 우려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수봉의 등반실태에 여실히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무질서한 등반, 장비의 변칙사용, 잘못된 확보 및 하강기술, 그리고 이상한 용어들까지 사용하고 있어,
우리가 정말 동시대에 같이 등반하는 산악인들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등반사고도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그 원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원칙을 벗어난 기술과 장비의 사용에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암벽등반이나 빙벽등반의 본질은 상황은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적절한 기술과 장비를 사용함으로서 제거하여
안전한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것이다. 등반의 기본원칙인 “충분히 안전하게”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빨리 간편하게 하려는 기질이 강한 민족답게 “최소한의 안전만”을 적용하는 것 같다.
공학에서 사용하는 신뢰도 계산을 예를 들어 등반의 안전을 설명해 보겠다.
여러 가지 부품이 연결되고 조립된 기계에서 고장나지 않을 신뢰도는
각각의 부품들이 가진 고장나지 않을 신뢰도를 곱하거나 더해서 계산한다.
고장날 확률이 5%부품은 신뢰도가 95%이다.
이런 부품 5개가 직렬로 연결의 되었다면 전체의 신뢰도는 0.95를 5번 곱하면 약 0.77 즉, 77% 정도로 떨어진다.
곱해지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신뢰도는 떨어지기에 개개의 불량률을 줄이고
단순화시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등반에서도 많은 기술과 장비들이 사용되지만 절대로 실수나 실패가 없는 경우는 없다.
이러한 장비, 기술, 자연적인 요인, 인위적인 요인들의 사고위험들이 직렬,
또는 병렬로 관계를 맺고 있기에 곱해지고 더해져 전체 신뢰도 즉 사고위험성은 높아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등반에서는 사용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하여 불량률을 줄이듯이
가급적 최고로 좋은 것을 사용하고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등반기술도 많이 발전하지만, 등반장비도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변하고 있다.
나는 등산학교를 진행하며, 등반교육을 담당하기도 하기에 등반장비에 대하여 자의든 타의든 민감해야 한다.
여러 가지를 비교 사용해 보아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장비와 기술을 선택하고 제시를 해 주어야 한다.
장비 구입비도 많이 들어가지만,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기도 한 것 같다.
등반의 분야는 매우 다양화 전문화되어 있지만, 오랫동안 내가 주로 등반하는 형태는
스포츠 클라이밍이나 인공등반과 같이 전문화 되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등산학교 등에서 교육을 해 왔기에, 평범하게 인수봉이나 선인봉을 오르고
설악산의 릿지와 암벽에서 교육을 하고 등반하며, 개척등반도 한다. 겨울이면 빙벽등반도 열심히 한다.
또한 다른 클라이머와 다르게 일반등산기술에도 정통하며 독도법도 잘하며 GPS도 잘 사용한다.
이런 류의 등반을 굳이 분류한다면, 트레디셔널 클라이밍(Traditional Climbing ; 전통등반)이라고 한다.
내가 사용하는 암벽등반장비 들과 사용법은 이런 트레디셔널 등반에서 신뢰도 높은 최신의 장비와 사용법중의 하나이다.
물론 등반장비와 기술에 있어, 정답이나 가장 좋은 것 등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좀 더 안전하고 즐거운 등반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헬멧]
헬멧은 등반대상지에 따라 2가지를 사용한다.
인수봉과 같이 거칠거나 험하지 않은 곳에서는 최근에 나온 압축 스티로폼 재질의 가벼운 헬멧을 사용하고,
설악산의 거친 암벽이나 빙벽등반을 할 때는 전통적인 프라스틱 재질의 단단한 헬멧을 사용한다.
1년전 매바위 상단에서 작은 낙빙에 콧등을 다치고 나서는 바이저가 부착된 헬멧도 구입할 예정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마가 많이 노출되는 헬멧을 착용하는데, 무의미하므로 바르게 착용해야 한다.
[자일]
등반용 다이나믹 싱글로프의 규격은 로프제조기술의 발달과 함께 굵기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
길이 60m, 굵기 10.5mm에서 굵기가 10.2mm -> 9.8mm -> 9.5mm -> 9.3mm로 점차 가늘어지고 있다.
가늘다고 해서 약한 것이 아니라 강도와 내구성은 더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로프는 굵고 싼것 만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로프규격에서 신장율, 충격력, 낙하실험횟수 등을 잘 살펴보고,
굵기와 무게를 비교하여 가볍고 튼튼한 로프를 사용하면 등반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9.5mm 이하의 경우, 자신이 사용하는 각종 확보,
하강기구에 굵기가 잘 맞는지 등반 전에 충분히 시험해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로프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다. 자주사용하면 1년, 자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5년을 넘기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심한 충격을 받은 로프는 폐기를 검토해야 하고, 추락충격을 받은 로프는 늘어난 길이가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다음번 추락시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로프에 있어 충격흡수기능이 없다면, 그것은 빨랫줄과 다름없다.
[안전벨트]
안전벨트는 다리고리를 조절할 수 있는 알파인등반용을 착용하며 등반중에 약간 중심이 돌아가므로
수시로 몸의 중심에 맞게 바로잡는다.
다리고리의 길이는 추락시 몸이 뒤집히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3개를 세워 넣을 정도로 여유를 줘야 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나면 새것으로 교체를 한다.
나는 체격이 크므로 내구성은 더욱 중요한다.
[암벽화]
암벽화는 끈이 달린 올라운드용을 사용하고 사이즈도 너무 작지 않게 편하게 싣는다.
가죽이 복숭아뼈를 덮는 암벽화는 크랙이 않고 험한 곳에서 좋다.
암벽화창의 고무재질도 시간이 지나면 경화되어 마찰력이 떨어지므로 역시 3년 이상 신지 않으며,
날씨가 추워지면 마찰력이 더욱 떨어지므로 생산된지 얼마 안된 암벽화를 골라 싣는다.
쌀쌀한 계절에는 맨살이 노출된 발목부분 보온을 위해 헌 양말을 잘라서 만든 발목 토시를 사용하면 좋다.
[쵸크백]
쵸크백은 손을 넣고 빼기 쉽게 큰 것을 사용한다.
쵸크는 조금 비싸더라도 마찰력이 좋은 것을 사용하며, 볼보다는 가루가 잘 빠져나오는 작은 주머니에 넣어 사용한다.
기어랙은 한쪽어깨형에 반대쪽 보조랙이 달린 1.5더블형을 사용한다.
[카라비너]
카라비너는 반드시 UIAA(국제산악연맹), CE(유럽인증)마크가 있는 것을 사용하며, 10년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 많이 보급되고 있는 와이어게이트 카라비너는 강도도 높고 가벼우며,
충격이 전달될 때 반발력으로 개폐구가 우연히 열리는 위험도 없어 앞으로 이것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그리고 항상 잠금 카라비너는 10개정도 휴대해서 퀵드로우 이외에 확보지점, 빌레이,
하강 등에는 반드시 잠금 카라비너를 사용하여 안전신뢰도를 높인다.
잠금카라비너 중에는 하프클로브히치 빌레이에 사용할 수 HMS형 카라비너도 반드시 2개 포함되어 있고,
한 개는 자기확보용으로 사용한다.
[퀵드로]
퀵드로우는 과거 카라비너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끼워서 사용하였으나,
최근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서로 같은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한 것으로 바뀌었다.
엇갈려 사용할 경우 선등자의 진행방향에 따라 추락시
볼트쪽의 카라비너 개폐구가 볼트머리에 의해 열릴 위험성을 비롯한 몇 가지 단점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퀵드로우에 사용하는 슬링도 5년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등반을 자주하고 추락이 빈번한 스포츠클라이밍을 많이 하면 2년이내에는 교체해야 한다.
충격흡수용 퀵드로우도 반드시 1개 휴대하고 다니며,
강도가 의심되는 프로텍션에 사용하면 심리적인 안정과 실제 충격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슬링]
슬링은 비싸지도 않고 흔하지만, 매우 중요한 장비이다.
국제산악연맹에서 규정한 슬링의 강도는 22KN으로 대략 2,244 kg이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7mm정도의 코드슬링을 등반에 사용하는데,
이것의 강도는 500kg이하이기에 악세사리 코드슬링이라고 부르며,
추락충격이 전달되는 빌레이 시스템에서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슬링은 보통 평범한 등반에서 보다 문제가 있을 때 더 요긴하게 사용되므로
자신이 예상한 필요량보다 항상 더 넉넉하게 다양한 길이의 슬링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수명도 5년을 넘기지 말아야 하며, 구입일자를 적어놓고, 길이마다 색깔을 달리한다.
최근에는 강도가 매우 우수한 스펙트라 섬유를 사용하여 매우 가늘면서도
22KN의 강도를 지닌 다이마 웨빙슬링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이중에서 1m~2m 길이의 웨빙슬링을 웨볼렛(Webolette)이라고 하며,
여러개의 확보물을 연결하여 8자매듭을 하는 균등연결을 할때 효과적이기에 반드시 1~2개를 휴대하는 것이 좋다.
역시 강도가 좋은 케블라 섬유를 사용하여 5mm정도 굵기인데도
22KN의 강도를 지닌 코드슬링은 코드렛(Cordelette)이라고 하며 웨볼렛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된다.
바텍이라는 봉재를 하여 판매하는 슬링은 매우 간편하지만, UIAA 등의 강도테스트 승인을 받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바텍이라는 봉재방식은 적절한 실을 사용하여 알맞게 박아져야 한다.
일반 나일론실을 사용하여 무조건 chacha히 박은 바텍은 오히려 웨빙섬유에 손상을 입혀
눈에 보이지 않게 강도가 떨어져 있을 수 있다.
[확보줄]
자기확보줄은 데이지체인과 당기면 자동으로 길이가 조절되는 것 2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얼마전 대한산악연맹에서 추최한 등반교육기술 세미나에서는
2가지중 데이지 체인이 드레디셔널 등반에 더 적합하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데이지 체인의 중간바텍은 틑어질 수도 있으며, 카라비너를 중간에만 사용할 경우, 바텍이 틑어지면
카라비너가 이탈될 수 있기에 반드시 제일 위쪽고리가 하상 카라비너에 걸려 있어야 하고,
길이조절은 중간에 카라비너를 1개 더 사용해서 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확보물]
확보물로 널리 사용되는 캐밍장비들은 발전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크기도 마이크로 사이즈에서부터 초대형이 있기에 트레디셔널 등반에서는 확보물을 캠세트로 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여러 회사에서 매우 다양한 캠들이 판매되지만, 에어리언과 캐머럿 각각 1세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에어리언은 캠재질이 적당히 물러서 바위입자를 부서뜨리지 않고 충격을 잘 잡아주고,
매우 작은 사이즈의 캠이 다양해서 좋다.
블랙다이아몬드의 캠은 캠축이 2개로서 크랙크기 적용범위가 넓고 매우 튼튼하다.
얼마전에는 메토리우스의 수퍼캠, 오메가 퍼시픽의 링크캠을 구입하여 사용하는데,
모두 캠의 크기조절능력이 획기적으로 큰 것이 특징이다.
일부 에서는 캠의 강도에 대하여 맹신하기도 하는데,
어떤 캠도 매우 잘 설치되어야 강도가 8-10KN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확보,하강기구]
확보, 하강기구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8자 하강기가 대세를 이루었지만,
8자하강기는 마찰력이 떨어지고, 후등자 확보에 불편하여,
패츨샬레의 리버소, 블랙다이아몬드의 ATC-XP등으로 바뀌는 추세인것 같다.
나는 ATC-XP를 개량한 ATC-Guide를 사용하고 있는데, 강한 마찰과 부드러운 마찰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고,
선등자 확보나 후등자 확보 모두 편리한 장점이 있다.
대산련 등반교육기술 세미나에서도 가장 우수한 평점을 받았다.
자동 확보기구인 그리그리나 신치등은 무겁기 때문에 어프로치가 좋은 암장이나 빙장에서만 사용한다.
[기타 장비]
그밖에 쥬마, 티블럭, 로프맨 같은 등강기구는 필요할 때만 휴대하고,
쥬마의 무게가 부담스러울 때는 티블럭이나 로프맨만 휴대한다.
션트는 암벽루트를 개척할때나 교육중에 하강중 자동정지기구로 사용하며,
겨울철에 후등자 확보시 쥬마 대용으로도 사용한다. 너트회수기도 캠이 회수안 될 때를 대비하여 휴대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등반에 사용되는 모든 장비와 기술에 대하여 항상 의심하고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기존루트의 볼트도 무조건 믿어서는 안된다.
점검해 보고 사용해야 하며, 특히 쌍볼트의 슬링은 설치된지 몇 달이 안된 새것이라도
자외선에 노출되어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약하므로 자신의 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안전한 등반을 위해서는 항상 침착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평정심을 잃으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능력이 떨어져 오판을 할 수 있고,
부족하거나 과도한 행동과 조치를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수시로 상황이 바뀔때 마다, 추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상상해 본다.
그 때 벌어질 수 있는 위험상황을 여러 가지 기술과 장비로 제거하거나 해소시켜야 늘 안전한 등반을 할 수 있다.
특히 선등자나 리더는 다음에 전개될 상황에 대하여 미리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